[천자칼럼]사전투표 장소도 전략

입력 2024-04-07 13:48   수정 2024-04-07 13:49

<사전투표 장소도 전략>

올 1월 치러진 대만의 총통 선거를 조금이라도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한 가지 사실에 놀랐을 듯하다. 대만인들은 투표를 위해 후커우(호적)가 있는 고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집 근처 투표소를 가거나 사전투표일 이틀 간은 전국 어디서나 투표를 할 수 있는 우리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71.86%라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의 편리성을 감안하면 한국의 20대 대통령선거 투표율 77.1% 못지않게 높은 수치다.
사전투표가 도입된 건 2013년 4·24 재·보선 때부터다. 그 전에도 부재자투표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미리 신고를 해야 하는 등 불편이 컸다. 대의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핵심은 선거다. 그런데 투표율이 낮으면 선출된 권력의 정통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투표의 편리성을 높여 투표율을 끌어올리자고 도입한 것이 사전투표제다.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건 2014년 지방선거였다. 당시 사전투표율은 11.49%였다. 그후로 2016년 20대 총선 12.19%, 2017년 대선 26.06%, 2020년 21대 총선 26.69%로 꾸준히 높아졌고 지난 2022년 대선 때는 36.9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측이 유리하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는 호남을 제외하면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4·10 총선에선 여야 모두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서로 다른 셈법을 보인 것이다. 사전투표 첫날인 어제 여야 지도부가 투표를 한 장소가 더 눈길을 끌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화여대 앞 신촌동 사전투표소를 선택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수원 광교에서 투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막말을 정조준했다. 반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전 KAIST에서 투표를 하며 R&D 예산 삭감을 성토했다.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는 데 사전투표를 십분 활용한 셈이다. 부산항 신항 7부두 개항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부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나흘 뒤면 이번 총선도 판가름이 난다. 부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선량들이 많이 당선되길 바랄 뿐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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